[Verse 1]
그때 내 나이 열여섯쯤이었지
뭇 학생들과는 다른 걸음걸이
주말에 본 가리온 공연이 어른거리네
이어폰을 끼고 알 수 없는 구절들 적힌
공책을 앞에 놓고 고개를 끄덕여
낡은 CDP를 쥐고서 트랙을 넘겨
나지막한 소리로 계속해 중얼여
"Yo, worst comes to worst, my peoples come first"
다일레이티드 피플즈의 2001년 신보
그때 "Live on Stage"는 최고의 랩 싱글
내 티끌 같은 푼돈을 모아 처음 샀던 CD는
커먼의 Resurrection, 갱스타의 Moment of Truth
곧 있을 대회를 준비해
집에 오자마자 최근에 만든 비트를 루핑해
바탕화면 텍스트 파일을 열어보니
어젯밤에 자기 전에 쓴 가사가 참 끔찍해
가끔씩 친구들과 나는 마스터 플랜에
가서 마지막에 프리스타일 랩을 했네
랩을 절면 다음 날 하루 종일 우울했지
그리고는 몇 시간씩 연습을 했지
나 꼬맹이였을 적 나온 랩 클래식들을
들으면서 야자시간을 때워댔지
수능날이 다가와도 조금도 개의치 않고
늦은 밤에 집에 오면 비트메이킹
[Hook]
Hip hop, hip hop, hip hop
Hip hop is what I'm talkin' about
[Verse 2]
온 세상이 세기말의 분위기에 가득 찼던
99년말에 일어난 커다란 사건
바로 닥터 드레 Chronic 2001 발매
그때 거의 축제 분위기였지
난 내 친구와 플레이스테이션을 하며 그 앨범을 들었어
드레가 미쳤다며 계속 플레이버튼을 눌렀어
철없고 행복한 추억들이 많은 그때
지금 보니 그때가 내 인생의 크리스마스였네
2000년이 밝으면 세상이 멸망할 거라 했지만
나는 어느덧 고등학생
드렁큰 타이거와 CB 매스가 강세였던
그때부터 가사 쓰고 랩을 했지 밤새
라킴의 랩을 들으며 등교하던 아침
가진 건 없었지만 꿈을 꾸던 나였지
오늘따라 그때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집에 돌아와 비트를 만들던 나의 매일 밤
[H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