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꺼내야 될까 난 몇 시간 째 굳어있어
확실한 건 기억이 닿는 그 아무 순간에나 니가 진하게 묻어있어
그 중 3분의 2가 넌 정신없이 웃고 있거나
인형을 잃어버린 소녀처럼 울고 있어 잠깐 묻고 싶어
그 기억 들 중에 내가 준 것들이
니 그 가파른 기복의 감정 둘 중에 어느 표정을 더 많이 짓게 했는지 웃게? 울게?
니 기준에 난 얼 만큼 노력했는지
헤픈 니 성질이 순수한대서 비롯됐는지도 모르고
널 멋으로 끼고 다니거나 한번 끼고 싶었거나 했을 뿐
행복하게는 커녕
널 아프게조차도 하지 못해 본 걔들이랑 내가 같은 대우로
니 삶에서 빠져야 하나
이 험난한 세상 너만 혼 자두고 빠져 그렇게는 안되지
절대로 그리 안되지
라며 붙잡아 두는 것도
진부해졌어
억지로라도 곁에 두면 된 거라
치부해뒀었지만
내가 더 간절했었지? 비굴했었어
그렇다고
내 손이 니 팔목을 놓아 주는 게
알다시피 일말의 자존감 같은 건 아니야
이젠 정말 사랑받고 있지 않음을 확신한 데서 오는 철저한 허망함
무기력함이야
돌아보면 우린
나 자신도 사랑할 줄을 모르면서
연인을 명분으로
상대 숨통을 조르면서
마치 욕구 불만의 해소 같은 용도로서
서롤 짝사랑 또는 스토킹 하듯 일방적으로 다뤘네
날 가엽게 포장해 보상을 요구하고
가볍게 파멸했다 또 가볍게
숙취에 피는 담배처럼
역겹지만, 중독이라 또 입을 댔던 우리
멀어지기엔 멀어졌다고
변명이 비겁했던 우리
이젠 꺼내줘야 할 때, 지독한 그 구석에서
비겁한 명분을 꿔온 '아름다운 구속'에서
날지 못할지언정 날려줘야 할 때
추락할지언정 기필코 놓아줘야만 해
근데도 시간은 치료는커녕
더 깊게 상처를 덧내고 퍼뜨리고 있어
널 더 밉게 기억해 보려 하지만
그럴수록 넌 더 짙게 떠올라 한 번 더
니 잔상을 내게 덧칠해
널 놓아주려고 쓰는 이 노랜
되려 널 잡으려 해
매번 병신처럼 나 그래 왔던 것처럼
또 독해지지 못하고 꾸미고 앉았네
날 안쓰럽게 차라리
동정을 구걸하는 앵벌이처럼
내 눈을 위해 넌
나보다 더 많이 쳐다봤던 거울
난 너를 위해서 담배도 끊어버렸어 뚝
근데 넌 14년 핀 담배보다
더 익숙해서 아직 끊은 건 아니고
그냥 참고 있어 꾹
잊은 게 아니라 참고 있어 꾹
비운 게 아니라 막고 있어 꾹
너도 잊지 못하고 참고 있다고
소문내줘 난 치졸해서 나만 힘든 게 싫어
길어 니가 빠져있는 밤은
혼자 보는 고전 영화 세편 쯤
무얼 하든 다 너가 투영돼
실감이나 격해지는 순간 들
눈 감은 시간도 꿈이 아닌
기억에서 너를 꾼다는 것
나를 나보다 더 지배했던 너 였기에
나 자신 보다 편안했던 너 였기에
너가 없어진 딱 그때부터 없었지 내
주관, 의지 더 이상 벗겨질 게
없는 광장 한복판에 발가벗은 아이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냥 고개를 떨 군 채
제자리에서서 움직일 줄 모르네
멍하게 눈물 같은 랩만 떨어뜨리네
요즘은 쉬는 게 바쁠 때 보다 숨 가뻐
무의식에 니가 침투하니까
니가 없이 내가 쉬는 모든 숨은 한숨
무거운 내 속 들어줬으니까
내 삶의 약이 돼 줬던 너가 이젠 상처야
밖에서 감춰왔던 약점 다 니가 돌봐줬었는데 하나 더 주고 갔네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는 약점만
감사해 내 생에 가장 극적이었던 4년
앞으론 없을 파격적 인상을 주고 갔어
반면 내가 준 건 헌 신 보다도 하찮고
당연한 약간의 헌신과 그 몇 배의 생색
또 몇 배의 상처 죄송해
난 네게 평범했고 넌 내게 특별했어
다만 언젠가 널 위한 내 나름의
그 희생들이 그리워서
날 꼭 아니 딱 한번은 찾았으면 좋겠어
이걸로 끝
우린 할 만큼 했어 방식은 틀렸지만
의욕이 앞서 서툴게 당기다 부러진 활
존중이 빠진 사랑은 고속도로 위
구멍이 난타이어 처럼 위태롭게
갓 길로 자꾸 구르더라
끝은 파멸일 게 뻔 한 도박같은 사랑
커질수록 아파왔던 이 종양 같은 사랑
내 모든 신경에 퍼져서 가망은 없지만
내가 없으면 내 안에 너도 없기에 버틴다
그래도 너한테 배웠어
여자한테 지는 법
거짓은 언젠간 꼭
들어나게 돼 있는 법
못 본 체 넘기는 법
웃으며 하기 싫은 것
나 보단 너의 순결을 위해
깨끗이 씻는 것
하지만 널 잃는 건
내 목숨을 잃는 것 보다 어려워서
죽을 때 까지 못 배울 것 같애
그래서 죽는단 건 아냐
다만 이 랩을 끝마치면 비로서
곡이 잠기도록 울 것 같애
제발 그 순수하고 연약함 꼭
유지하길 바래 그걸 잃을 바엔
차라리 철이 들지 않길 바래
또 거울 좀 덜 봐도 돼
그 보다 상대방 눈 속에 반사된 니 자신이 더 이쁠테니까
또 내가 증오하는 그 새낀 절대로
안 돼 다 죽는 꼴 보고 싶음 또
그 새끼한테 가
이 곡의 끝에 흠이 가도
가식 좀 떨게 그런 놈 없겠지만
나 보단 잘될 놈한테 가